경기도 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경기도 연정위원장으로서 연정부지사 임명 강행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연정부지사 취임을 다 같이 함께 축하하지 못하고 오히려 임명 철회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갈등과 분란을 자초한 남경필 지사에 대해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정의 파트너인 우리 당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감행하는 남경필 지사를 보고 저는 김문수의 오기정치를 보는 것 같이 깜짝 놀랐습니다. 경기도 연정을 통해서 개척했던 그동안의 소통과 협력의 시대가 다시 불통과 독단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남경필 지사께 묻겠습니다. 연정부지사가 무엇입니까? 경기도 연정을 하기 위해 남 지사께서 인사 추천권을 우리 당에 주었던 직책이 아닙니까? 연정합의문을 다시 들여다보십시오. 연정합의문 제71조에 더불어민주당은 상생과 협력의 경기도 연합정치 실현을 위해 연정부지사를 추천하여 경기도지사와 함께 도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명칭은 연정부지사로 하기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한 연정부지사 추천은 우리 민주당에서 공모 등 공정한 방법으로 적임자를 선출하여 경기도지사에게 임용을 건의한다고 또한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연정합의문을 토대로 제정ㆍ시행된 경기도 민생연합정치 기본조례 제2조는 연정부지사란 연정정당이 추천하여 경기도지사가 임명한 부지사를 말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 당은 강득구 연정부지사 사퇴 이후 새로운 인사를 후임 연정부지사로 추천한 사실이 없습니다. 오히려 임기 3개월짜리 연정부지사 임명을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연정정당인 우리 민주당이 추천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반대했던 인사를 임명한 것은 명백히 연정정신을 훼손한 것이고 연정합의문과 연정조례를 위반한 것입니다. 상대방이 뭐라고 짖어대든 나는 정치적 이득만 챙기면 된다는 심보입니까. 연정을 시작할 때는 우리 당의 추천을 기다리기 위해 6개월 만에 사회통합부지사를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연정의 성과는 독식하고 이제 와서는 우리 당의 추천은커녕 반대하는 인사를 3개월짜리 연정부지사에 임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시작과 끝이 이렇게 표리부동해도 되겠습니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이렇게 달라도 되겠습니까? 너무나 실망스러운 이중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민주당이 연정부지사를 새로 추천하지 않고 임명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해당 인사의 과거 전력은 차치하고라도 남은 3개월 임기 동안 연정부지사가 할 일이 사실상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업무파악도 못 한 채 임기가 끝날 게 자명합니다. 288개에 달하는 연정과제는 이미 올해 사업예산에 반영하여 집행되고 있고 저를 비롯한 연정위원장과 양 당의 대표단이 참여하는 연정실행위원회에 의해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혹시 남 지사께서 연정 종료식을 가졌던 지난 2월 28일로 경기도 연정이 끝났으니 나 혼자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계시다면 그거야말로 착각이고 연정에 대한 몰이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정의 종료시점은 6월 30일까지이고 다만 정치적 통과의례로 먼저 선거돌입 이벤트를 한 것이라는 것을 남 지사님이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남 지사께서는 한날한시라도 도정에 대한 책임 때문에 부지사직을 공석으로 놀릴 수 없다고 답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답변 역시 궁색하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경기도의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 원장을 뽑지 못하고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째 공석으로 놀리다가 연구원 이사장이 겸임토록 하는 궁여지책을 쓰고 있는 현실을 스스로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어디 경기연구원뿐입니까?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도 7개월째,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은 1년 8개월째 공석 상태입니다. 책임 도정을 위해 임명을 하시려면 먼저 이들 산하기관장 공석부터 채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경필 지사께 진심으로 당부드립니다. 경기도 연정이 아름답게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스스로 경계하고 엄격해 지시길 바랍니다. 왜 잘 마무리되고 있는 연정을 깨뜨리고 파국으로 몰아가려는 것입니까. 지금은 탐욕과 배신이 난무하는 정치의 계절입니다. 소탐대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다가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지 마시기를 당부드립니다. 한 정치학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경기도 연정은 한국 정치사에 있어 아방가르드 즉, 전위적이고 선도적인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고의 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탑이 어찌 남 지사님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졌겠습니까. 여기 계신 모든 의원님들, 이를 뒷받침한 수많은 공직자 그리고 무엇보다 경기도민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겁니다.
남경필 지사님! 연정에 파국의 마침표를 찍지 않으시려면 연정부지사 임명을 당장 철회해 주십시오. 저를 비롯해 우리 당은 오기와 불통도 모자라 연정계약과 조례를 위반하면서까지 임명한 연정부지사를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기도 연정의 역사에도 기록하지 않을 것이며 누군가 남기더라도 그것은 흑역사에 불과할 것입니다.
남 지사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정부지사 임명을 감행하신다면 그것은 지사님과 부지사님 두 분이서 벌이는 희대의 연정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부지사를 끝까지 임명하시려거든 그냥 연정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임명하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연정정신을 스스로 훼손하고 더럽히는 자기부정에 빠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소통과 협력의 마침표를 잘 찍어 유종의 미를 거두어 주시길 바랍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