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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소녀의 꿈을 막는 현실(장애인 보장구 처방 문제 해결 촉구)

의원명 : 류재구 발언일 : 2016-06-14 회기 : 제311회 제1차 조회수 : 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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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1,290만 경기도민과 윤화섭 의장님을 비롯한 선배ㆍ동료 의원 여러분, 남경필 도지사와 이재정 교육감을 비롯한 언론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부천 출신 류재구 의원입니다.

전반기 마지막 5분발언을 하면서 여러분 모두에게 너무 수고 많으셨다는 인사말씀을 올립니다.

본 의원은 오늘 장애인 보장구 처방에 대한 문제를 꼬집고 실질적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올해 9살이 된 소녀가 있습니다. 칠삭둥이로 태어나 뇌성마비 1급과 시각장애 2급의 중증중복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소녀에게는 뇌성마비 장애의 특성상 물리치료나 재활치료를 받는 일이 아주 중요한 일상입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근육이 굳어져 장애가 고착화되기 때문입니다. 이 소녀의 장애를 늦추거나 완화하는 방법 중 하나는 다리에 보장구를 착용하는 것입니다. 빨리 성장하는 어린이의 특성상 2년에 한 번씩 다리 보장구를 다시 맞춰야 하는데 이 소녀와 소녀의 엄마는 보장구 처방을 위해 병원에 갈 때마다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듣는다고 합니다. 바로 보장구 처방을 거부당하는 것입니다. 혼자서는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소녀가 의사 앞에 가면 뛰어다니는 것도 아닌데 의사가 처방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기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지난 4월에도 이 소녀의 엄마는 보장구 처방을 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사전에 병원 세 곳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역시나 자기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처방전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일반 어린이재활병원은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에 장애인복지관의 재활치료를 이용한 것이 이 소녀의 죄입니다. 혹시나 대학병원에 가면 처방전을 써 줄까 전화를 했더니 오라고 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의사와 상담을 하는데 이번에는 더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보톡스 치료를 받으라는 겁니다. 알다시피 미용시술에 쓰이는 보톡스는 굳은 근육을 이완시켜 주기 때문에 뇌성마비 장애 어린이의 치료에 종종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10㎖ 1병에 4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문제입니다. 보험급여는 1병에 한해서만 적용된다고 합니다. 2병 이상은 본인 부담인데 이 소녀는 이미 이 대학병원에서 많은 돈을 내고 3회에 걸쳐 보톡스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미 세 번을 받았는데도 치료효과가 없으니 이번에는 안 받겠다고 하자 의사는 다시 처방전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9살 소녀의 장애를 완화시켜 주기 위한 노력보다 병원의 영리를 앞세우는 현실 앞에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중증중복장애를 가진 9살 소녀의 다리 보장구를 볼모로 수백만 원의 치료비를 요구하는 대학병원의 행태 그리고 역시 자기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어린이 다리 보장구조차 맞추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일반 병원의 행태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이것이 오늘날 우리 장애인 인권의 현실이며 장애인 가족이 당하는 차별의 현실입니다. 설사 운이 좋아 처방을 받는다 해도 부정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병원에서 지정하는 재활업체에서 보장구를 맞추지 않으면 의사가 검수를 거부해 지자체로부터 보장구 지원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경기도민 여러분! 이 9살 소녀는 혼자서 앉지도 못하고 눈도 잘 보이지 않지만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것이 꿈입니다. 귀가 잘 발달해서 음을 잘 이해하고 한 손으로는 건반을 두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녀의 꿈을 반대하거나 막을 분은 아마 이 지구상에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 하지만 때마다 보톡스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만 보장구 처방을 받을 수 있다면 우리는 이 소녀에게 무엇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와 같은 어이없는 행태를 자행하는 병원들에 대해 지도감독 하나 할 수 없는 경기도는 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남경필 지사님! 이 소녀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습니까?

관련 규정을 손질하고 필요하다면 법 개정 등을 통해서라도 이 소녀가 마음 편히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본 의원이 지난 6년 동안 입이 닳도록 얘기한 장애인 인권의 현실이 아직도 형편없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장애인 보장구 처방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과 실질적 대책 마련을 통한 적극적 지원을 요청드리며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