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인정으로 꽃피어야 할 학교가 학생폭력으로 신음하는 현실에 우리 사회는 깊은 시름에 빠져 있습니다. 더욱이 교육당국이 연일 각종 대책을 쏟아내는데도 학교폭력 문제는 수그러들지 않고 피해 학생이 목숨까지 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일어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학교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치열한 경쟁교육이 빚어낸 구조악이며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처럼 엄중한 상황에서 서로 지혜를 모아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할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이 최근 학교폭력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방침을 두고 갈등을 일으키는 처사에 대해 우리는 깊은 우려와 통탄을 금치 못합니다. 더욱이 교과부가 학교폭력 처분결과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보류한 경기도교육청에 대해 특별감사를 강행함으로써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개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는 먼저 교과부가 교육자치단체인 시도 교육청이나 일선학교와 협의과정도 없이 성급하게 시행한 학교폭력 학교생활부 기재방침을 재고하길 바랍니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결과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은 입시와 취업에 명백하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처벌방식입니다. 이는 이미 국가인권위에서 밝혔듯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에게 폭력배의 낙인을 찍는 비교육적인 이중처벌입니다. 따라서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대책으로서는 부적합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잘못을 바로잡아 끊임없이 새로운 인격체로 성숙시켜야 할 학교기관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처임은 두말할 것 없습니다. 그런데도 교과부가 단기간의 가시적인 억제효과에만 골몰하여 충분한 교육적 고려와 의견 수렴과정도 없이 획일적인 정책을 지시한 것은 책임있는 교육당국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교과부는 일선 학교의 불안감과 수능을 앞둔 학생들의 혼란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지금이라도 학교폭력 기재 방침을 철회하기를 분명하게 촉구합니다.

교과부가 28일인 오늘부터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방침을 보류한 경기도교육청에 대해 열흘간에 걸쳐 특별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매우 볼쌍사나운 처사입니다. 공공기관 간의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가 생기면 서로 조정하고 협의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합리적인 절차이자 방법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교과부가 아직까지도 권위주의 시대의 일방 지시행정으로 지방교육자치단체와 학교를 지배하려 들고, 이를 거부하면 억압적인 감사조처로 무릎을 꿇리려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행태로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이는 법률에 보장된 지방교육자치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고 자신들의 지시를 거부한 교육청을 압박하기 위해 감사행정을 이용한 권한남용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것입니다. 교과부는 즉각 보복적인 특별감사를 중단하고 시도교육청 및 교육전문가들과 공개적인 토론과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이 나라 교육행정의 최고기관으로서 권위와 신뢰를 살리는 길임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덧붙여 경기교육을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할 경기도교육청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촉구합니다. 학교폭력 기재방침을 보류하고 교과부의 방침을 비판한다고 해서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도민과 학부모들은 교과부의 지시를 거부하였기에 더욱더 경기도교육청의 학교폭력 해결 방안과 대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이번 기회에 경기도교육청은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을 찾아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구조와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에 대한 대책을 확실하게 제시하여 평화로운 학교공동체가 이룩될 수 있기를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우리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은 학교폭력에 깊은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학교폭력방지특위’를 만드는 등 의정활동에도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각종 학교폭력 대책의 실효성이 부족한 것을 반성해야 할 교과부와 도교육청이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둘러싸고 갈등국면이 증폭되는 것을 깊이 우려하면서 우리의 충정어린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거듭 촉구합니다. 만약 이러한 우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본래 방침을 고수한다면 도의회 전체 차원의 결의문 채택을 시작으로 도민들과 함께 더욱 강력하고 지속적인 교육자치권 수호 운동을 펼칠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2012년 8월 28일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
(박인범, 서진웅, 이상희, 이재삼, 이효경, 최창의, 최철환)